우리나라 술의 현대사

옛날에는 술을 정말 많이 마셨어하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그걸 계기로 섭취량에 대한 걸 찾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술과 인생사와 역사는 함께 하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알콜 섭취량은 1964년 부터 1973년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6.25전쟁 후 복구와 5.16 다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필요한 재정수요 충족을 위해, 세수증대 목적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장려정책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이 당시에 주류 규격이 정해졌고 제조장의 시설기준과 얼마만큼 곡물(쌀,보리,밀등)을 넣어야 하는지 세금은 얼마를 붙일지가 정해졌습니다. 또 세금을 내지 않았던 밀조주의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1973년 이전에는 면허가 쉽게 주어졌기 때문에 세금만 낸다면 손쉽게 업체를 설립해 술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양조장의 난립과 과도한 경쟁 그리고 불안정한 품질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겨 1973년부터 술을 만드는 업체들을 통폐합시키고 신규제조면허를 내주지 않게 됩니다. 1976년에는 제조 뿐만 아니라 유통 또한 조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1973년과 1976년 사이의 조정기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상 가장 술을 많이 마셨던 기간이었고 지금은 사라져 버린 술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알콜 섭취 그래프에서 70년대에 두군데 갑자기 급격한 하락이 보이는데 이는 1차와 2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물가가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오일쇼크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격동의 시기를 거친 우리나라의 술시장은 이후 70년대 중반 대학생의 증가와 어울려 통기타와 서양문화로 대표되는 맥주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1980년대 초반에 소주의 알콜 함량을 줄인 결과, 위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급격한 알콜섭취량의 감소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1인당 술의 섭취량은 줄었지만 넓은 계층으로 술문화가 퍼져나가고 당시 인구의 성장세로 인해 주류업계는 도리어  더 큰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프에서 sprits으로 표현되는 양주또한 이러한 배경 아래서 꾸준하게 성장했습니다.

File:Captain Q Whiskey with a Captain Q reenactor.jpg

응? 니가 양주라고?

90년대에는 경제 호황과 낙관적인 분위기 아래서 인생의 쓴맛을 대표하는 소주의 섭취는 서서히 줄어들었고 맥주와 양주 그리고 와인(잘 보이지는 않지만)등의 주류의 섭취가 늘어나게 됩니다.

1998년 지옥문이 열리다.

많은 실업자가 생겼고,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이 파산하면서 주류시장은 얼어붙어 전체적인 술판매는 줄어드는 가운데 1인당 소주의 섭취량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부의 상징으로 불렸던 양주(스피릿)는 이 시점을 계기로 섭취량이 폭락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때도 알콜섭취량이 살짝 증가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는데 미미한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이후 2018년까지 막걸리,연한 소주,외국산 맥주등등의 트렌트를 거치면서 알콜의 섭취량 자체는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주류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칵테일이라던지 리큐르라던지 술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 전통 술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늘어나고 새로운 소주와 맥주도 탄생하고 있어 앞으로의 주류진열대가 기대됩니다.